대통령은 대법관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

분석 진행 중

사건 개요

조희대 대법원장은 2026년 8월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각각 제청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8일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하였다.

청와대는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를 통해 의견이 모아졌지만, 손봉기 후보자는 실질적인 협의 없이 제청됐다고 재제청 요청의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08.28.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를 거부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했다. (출처: JTBC)

주장 분석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4조 제2항). 그러나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전에 제청된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의 관계,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헌법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권이 인정되는지는 헌법 해석에 따른 의견에 해당한다.

의견 형성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1.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어떠한 권한인가?
  2. 대법관 제청과 임명 절차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3.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 전에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가?

사실 검증

사실 검증 1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어떠한 권한인가?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대법관 임명에는 사법부의 대법원장, 입법부의 국회, 행정부의 대통령이라는 세 헌법기관이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대법원장의 제청만으로 임명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하지 않은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도 없다.

헌법에서 사용하는 ‘제청’이 모두 같은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87조 제1항). 그러나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행정부 내부의 기관이다. 따라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은 대통령이 수반인 정부 내부에서 인사권을 견제·조정하는 권한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감사위원도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98조 제3항).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기관이지만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므로, 감사원장에게 감사위원 제청권을 부여한 것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위원 구성을 제한하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 후보로 검토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제청하지 않아 임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감사원장이 제청하지 않은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감사위원 임명에는 국회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

대법관 임명은 이들과 구조가 다르다. 대법관은 행정부 내부의 공직자가 아니라 독립된 사법권을 행사하는 최고법원의 구성원이다. 헌법은 대법관 후보자의 선정은 대법원장에게, 동의 여부는 국회에, 최종 임명은 대통령에게 각각 맡기고 있다. 따라서 대법관 제청권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단순한 내부적 견제라기보다, 사법부·입법부·행정부의 권한이 결합되어야 대법관 임명이 완성되도록 한 권력분립적 장치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대법원장에게도 매우 강한 권한을 부여한다. 대법원장은 일반 법관의 임명권과 사법행정권뿐 아니라 대법관 후보자를 특정하여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권한까지 가진다. 이러한 권한 집중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제왕적 대법원장’ 또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관료적 사법행정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의 주도권까지 갖게 되면 대법관 구성이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법원의 수직적 질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었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추천위원회는 대법관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고, 대법원장은 그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 그중 후보자를 제청한다(제41조의2).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을 제한하고 외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견제하는 제도로 평가되어 왔지만, 추천위원 구성과 운영에도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단순한 후보자 추천권도, 행정부 내부의 보조적 제청권도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후보자를 특정하는 강한 헌법상 권한인 동시에,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과 결합되어야 비로소 대법관 임명이 완성되는 권한이다.

결론 (근거 수준: 강)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대통령이 임명할 후보자를 특정하는 독립된 헌법상 권한이다. 다만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장의 제청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을 필요로 하므로, 사법부·입법부·행정부의 권한이 결합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 검증 2

대법관 제청과 임명 절차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대법관의 제청과 임명 방식은 헌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대법관 인선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사법부의 독립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1960년 제2공화국 헌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법관추천회의가 선거하도록 하였다.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를 선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제도였지만, 제2공화국의 단명으로 실제 선거까지 이루어지지는 못하였다.

1962년 개정헌법에서는 대법원장은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원판사는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였다. 당시 법원조직법은 대법원판사의 제청이 있으면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도록 규정하여 대통령의 선택권을 제한하였다. 당시 법원조직법 제37조는 실제로 “제청이 있으면 대통령은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1972년 유신헌법에서는 법관추천회의가 폐지되고 대법원판사는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였다. 1980년 헌법도 대법원판사를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를 유지하였다. 이 시기에는 대법관 임명에 대한 국회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았다.

1987년 현행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관 임명에 대법원장·국회·대통령이 각각 참여하는 현재의 구조가 확립되었다.

한편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고 일반 법관의 인사에도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폐쇄적·관료적 사법행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2003년에는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160여 명의 판사들이 연판장에 참여하는 등 기존의 서열 중심 대법관 인선과 폐쇄적인 제청 과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후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제청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사법개혁의 주요 과제로 부상하였다.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절차도 이러한 비판을 반영하여 변화하였다. 종전에는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운영되었고,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법제화되었다. 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그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 제청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의 후보자 선정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장치가 마련되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에 앞서 후보자에 관하여 협의한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헌법과 법원조직법에는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기 전에 대통령과 협의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사전 협의가 인선 과정에서 이루어져 온 관행이라는 것과, 그 협의가 대법관 제청의 법적 요건이라는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결론 (근거 수준: 강)
대법관 임명제도는 헌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화하였으며, 현행 헌법은 대법원장·국회·대통령이 각각 제청·동의·임명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후보자 선정권도 후보추천위원회 도입 등을 통해 견제를 받게 되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는 법률상 제청 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사실 검증 3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 전에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가?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관 임명에는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세 헌법기관의 권한이 순차적으로 작용한다.

현행 절차에서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더라도 국회의 동의 절차가 자동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면 국회가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본회의에서 동의 여부를 의결한 뒤, 국회의 동의를 얻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해야 하는지에 있다. 헌법과 관련 법률은 대통령이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국회 동의 전에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의 임명동의 요청을 임명권 행사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 헌법은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임명에 ‘동의’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권은 대통령이 임명하려는 후보자를 전제로 행사되는 권한이고,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국회의 동의를 요청할 필요도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 전에 임명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국회의 동의 절차를 대법관 임명을 세 헌법기관의 협력으로 완성하기 위해 헌법이 독립적으로 부여한 절차로 이해할 수도 있다.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후보자를 제청하게 하고 국회에 그 후보자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하게 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의 의사만으로 대법관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권한배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대법원장의 제청이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국회의 의사를 묻는 절차도 진행되어야 하며, 대통령이 자신은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헌법상 동의권을 행사할 기회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두 해석의 차이는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임명 거부권이 있는지에 있지 않다. 그 거부권을 언제 행사할 수 있는지에 있다. 국회 동의 요청을 대통령 임명권의 일부로 보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전에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 반면 국회의 동의를 대법원장·국회·대통령이 함께 대법관 임명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독립된 헌법상 절차로 보면, 대통령은 국회의 판단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임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론 (근거 수준: 강)
현행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이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국회 동의 전에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의 임명동의 요청을 임명권 행사의 일부로 볼 것인지, 대법원장·국회·대통령의 협력적 임명절차를 연결하기 위한 절차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의견 비교

의견 1

제청권은 대통령의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으로, 제청권이 대통령의 실질적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할 수 없다고 본다.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에 협의해 온 것도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대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고 사법부 독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절차적 장치였다고 설명한다.

손봉기 후보자는 이러한 실질적 협의 없이 제청되어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하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존중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제청권과 임명권 사이의 상호 견제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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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2

재제청 요구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한다.

조응천 변호사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제청 자체를 반려하거나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할 권한은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후보자가 부적격하거나 제청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거나, 제청이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를 거부하면서 다른 후보자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사실상 대통령의 사전승인을 받는 권한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 역시 법적 의무가 아닌 관행에 불과하므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여 위헌이 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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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3

후보자 거부는 가능하지만, 제청 과정 개입은 월권이다.

박찬운 교수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에는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소극적 거부권도 포함된다고 본다. 따라서 대통령이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임명권의 범위에 속하며,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청한 것도 이에 따른 사실상의 후속조치라고 본다. 다만 대통령에게 별도의 헌법상 ‘재제청요구권’이 있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한다.

반면 대통령이 재제청할 후보자의 범위나 절차에 관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본다. 누구를 어떤 절차로 제청할지는 대법원장이 판단할 사항이므로, 청와대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기존 추천 내용을 존중해 재제청하도록 요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는 권한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관행일 뿐 제청의 법적 요건은 아니라고 본다.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청을 불완전하다고 평가하면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사실상의 사전동의권을 인정하여 헌법상 권한배분을 변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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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4

사전 협의는 제청의 요건이 아니다.

류영재 판사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에는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권한도 포함되며,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따라서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제청의 ‘반려’가 아니라 대통령의 임명 거부라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는 원활한 대법원 구성을 위한 사실상의 절차일 뿐 제청의 법적 요건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이 대법관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 법관과 법조계의 비판과 저항이 계속되어 왔다는 점에서, 사전 협의를 사법부 독립을 뒷받침해 온 관행으로 평가하는 청와대의 설명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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