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검증 1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어떠한 권한인가?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대법관 임명에는 사법부의 대법원장, 입법부의 국회, 행정부의 대통령이라는 세 헌법기관이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대법원장의 제청만으로 임명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하지 않은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도 없다.
헌법에서 사용하는 ‘제청’이 모두 같은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87조 제1항). 그러나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행정부 내부의 기관이다. 따라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은 대통령이 수반인 정부 내부에서 인사권을 견제·조정하는 권한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감사위원도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98조 제3항).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기관이지만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므로, 감사원장에게 감사위원 제청권을 부여한 것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위원 구성을 제한하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 후보로 검토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제청하지 않아 임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감사원장이 제청하지 않은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감사위원 임명에는 국회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
대법관 임명은 이들과 구조가 다르다. 대법관은 행정부 내부의 공직자가 아니라 독립된 사법권을 행사하는 최고법원의 구성원이다. 헌법은 대법관 후보자의 선정은 대법원장에게, 동의 여부는 국회에, 최종 임명은 대통령에게 각각 맡기고 있다. 따라서 대법관 제청권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단순한 내부적 견제라기보다, 사법부·입법부·행정부의 권한이 결합되어야 대법관 임명이 완성되도록 한 권력분립적 장치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대법원장에게도 매우 강한 권한을 부여한다. 대법원장은 일반 법관의 임명권과 사법행정권뿐 아니라 대법관 후보자를 특정하여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권한까지 가진다. 이러한 권한 집중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제왕적 대법원장’ 또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관료적 사법행정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의 주도권까지 갖게 되면 대법관 구성이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법원의 수직적 질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었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추천위원회는 대법관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고, 대법원장은 그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 그중 후보자를 제청한다(제41조의2).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을 제한하고 외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견제하는 제도로 평가되어 왔지만, 추천위원 구성과 운영에도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단순한 후보자 추천권도, 행정부 내부의 보조적 제청권도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후보자를 특정하는 강한 헌법상 권한인 동시에,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과 결합되어야 비로소 대법관 임명이 완성되는 권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