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제명은 입헌민주국가의 보편적 제도다.

분석 진행 중

사건 개요

2026년 8월 26일 국회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표결에 반대해 퇴장했고, 결의안은 재석 159명 가운데 찬성 157명, 반대 1명, 무효 1명으로 가결됐다. 이날 통과된 것은 실제 제명안이 아니라 제명을 촉구하는 정치적 결의안이며, 실제 제명을 위해서는 별도의 징계 절차를 거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출처: 연합뉴스TV

 

결의안을 제안한 의원들은 이진숙 의원이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을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소요 사태’로 표현하거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 등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행위가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훼손한 것이라며 이 의원의 제명을 촉구했다.

이진숙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도 학술적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반발했다.


주장 분석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은 국회가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에 국회의원 제명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제명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부여한 대표자의 지위를 의회 다수의 결정으로 박탈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원리와 긴장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9년 유신체제하에서 여당이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 의원을 제명한 뒤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나고 10·26 사태로 이어지는 등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역사적 사례가 있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에 대한 의원 제명안이 1979.10.4. 국회를 통과하였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에 대한 의원 제명안이 1979.10.4. 국회를 통과하였다.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따라서 국회가 자신의 구성원을 제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지, 제명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어떠한 이유에서 그러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한다.

1. 현행법상 국회는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가?

2. 주요 입헌민주주의 국가는 의회가 의원을 제명하는 것을 허용하는가?

3. 의회의 의원 제명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가?

4. 이를 종합할 때 국회의 의원 제명권을 입헌민주주의 국가의 보편적 제도라고 할 수 있는가?


사실 검증

사실 검증 1

현행법상 국회는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에 국회의원을 제명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64조 제2항은 국회가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고 의원을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제3항은 “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4항은 이러한 징계와 제명 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제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회법 제163조 제1항은 의원에 대한 징계의 종류를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출석정지, 제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명은 의원에게 부과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다.

결론 (근거 수준: 강)
현행 헌법과 국회법상 국회는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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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검증 2

주요 입헌민주주의 국가는 의회의 의원 제명을 허용하는가?

미국 연방헌법 제1조 제5항은 상원과 하원이 각각 소속 의원을 징계할 수 있으며, 3분의 2의 찬성으로 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실제로 발동된 바 있다. 2023년 12월 하원은 사기 등 각종 혐의로 기소되고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에서 위법·부정행위가 확인된 조지 산토스(George Santos) 의원을 찬성 311표(반대 114표)로 제명했는데, 이는 연방하원 역사상 여섯 번째 제명 사례이자 20년 만의 사례였다.

일본 헌법 제58조 제2항은 중의원과 참의원이 소속 의원을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의원을 제명하려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하원은 의회가 자신의 구성과 내부 질서를 자율적으로 규율하는 전통적인 의회특권(parliamentary privilege)에 근거하여 소속 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 제명은 하원이 자신의 구성을 규율하는 권한의 하나로 인정된다. 다만 하원의 제명권은 1954년 이후 행사되지 않았다.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의회가 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결론 (근거 수준: 강)
주요 입헌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의회의 의원 제명을 허용하는 국가가 있다.

사실 검증 3

의회의 의원 제명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가?

독일에는 연방의회가 의원의 비위나 언행을 이유로 징계하여 의원직 자체를 박탈하는 일반적인 제명제도가 없다. 독일 기본법 제38조 제1항은 의원을 전체 국민의 대표자로 규정하고, 명령과 지시에 구속되지 않으며 자신의 양심에만 따르도록 하는 자유위임의 원칙을 보장한다. 의원이 정당이나 교섭단체에서 제명되더라도 의원직 자체는 유지되며, 의원직 상실은 피선거권 상실이나 사임 등 법률이 정한 사유에 따른다.

프랑스 헌법 제27조도 명령적 위임을 무효로 하고 의원의 표결권이 개인적임을 규정한다. 국민의회는 의원에게 견책이나 일정 기간 의회 활동을 제한하는 징계를 할 수 있지만, 징계로 의원직 자체를 박탈하는 제명제도는 두고 있지 않다.

피선거권 상실이나 겸직금지 등의 경우에는 헌법·선거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며, 일정한 경우 헌법위원회가 이를 판단한다.

호주는 제명권을 인정하다가 이를 폐지한 사례다. 1920년 호주 하원은 의회 밖에서 한 발언을 이유로 휴 메이헌(Hugh Mahon) 의원을 제명하였다. 이후 이 사건은 의회 다수에 의한 제명권 행사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논의되었다.

1984년 의회특권 합동위원회는 의원이 헌법이나 선거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의원이 의원직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의회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의회에는 제명 이외에도 의원을 징계할 충분한 수단이 있고, 헌법이 이미 의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명권 폐지를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1987년 「Parliamentary Privileges Act」 제8조는 연방 상·하원이 의원을 제명할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독일과 프랑스는 의원의 독립적 대표성을 보장하면서 의원직 상실을 법률이 정한 사유와 별도의 절차에 맡기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호주는 더 나아가 의원의 적격성 판단은 의회 다수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이유를 명시적으로 들어 제명권 자체를 폐지하였다.

결론 (근거 수준: 강)
의원의 대표성과 유권자의 선택을 중시하여 의회의 제명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폐지한 국가가 있다.

사실 검증 4

의원 제명은 입헌민주주의 국가의 보편적 제도인가?

어떤 제도가 ‘보편적’인지 여부는 일정한 기준에 따른 평가를 포함한다. 여기서는 주요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원 제명제도가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채택되어 있는지를 비교하여 판단한다.

비교 결과, 미국·일본·영국 등은 의회에 의원 제명권을 인정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의회의 징계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호주는 과거 인정하던 의원 제명권을 1987년 법률로 폐지하였다.

특히 호주는 헌법이나 선거법상 결격사유가 없는 의원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것은 의회가 아니라 그 의원을 선출한 유권자라는 이유로 제명권을 폐지하였다.

따라서 의회의 의원 제명권은 일부 입헌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입헌민주주의 국가에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 제도라고 할 수 없다.

결론 (근거 수준: 강)
의원 제명권이 입헌민주주의에서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제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의견 비교

의견 1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부정한 의원은 제명해야 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진숙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최고 수준의 징계를 요구한 국민의힘 당원들의 제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보수정당도 김영삼 대통령 이래 민주적 지향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진숙 의원에 대한 조치를 시작으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진숙 의원의 제명, 최소한 활동정지를 반드시 이루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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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2

의원 제명 요구는 토론회의 전체 내용과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이진숙 의원이 공동주최한 5·18 토론회가 5·18을 폄훼하기 위한 행사였다는 평가에 반대한다. 토론회에서는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북한군 개입설을 부인하는 발언도 있었으며, ‘소요’라는 표현이 일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3시간에 걸친 토론회 전체의 성격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5·18에 관한 역사적 사실과 평가에 이견이 있다면 제명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보다 반론과 토론을 통해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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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3

국회의원 제명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연구원의 배정훈 책임연구관은 국회의원 제명은 의원 개인의 지위뿐 아니라 국민의 선거권과 대의민주주의에도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본다. 지역구 의원이 제명되면 보궐선거까지 해당 지역 유권자는 자신이 선출한 대표자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회의 제명처분을 법원에 제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심사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더라도 제명처분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통한 위헌심사를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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