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구속사유로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 법정구속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도망할 염려’와 ‘증거를 인멸할 염려’다.
두 사유는 이미 발생한 사실이 아니라 장래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실제로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없어도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그러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구속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어야 법정구속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이 법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구체적인가 하는 점이다.
선고형이 높으면 법정구속되는가?
실형을 선고받으면 형이 무거울수록 도주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도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도록 한다. 그러나 선고형의 크기는 독립된 구속사유가 아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선고형과 구속 여부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징역 4월의 단기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된 사례가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0년 특수폭행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4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피고인은 약 4개월 뒤 원심 선고 형기만료에 따른 구속취소로 석방되었다. 항소심은 이후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였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4. 23. 선고 2020노1490 판결).
반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합2 등).
범죄의 종류와 피고인의 사정이 서로 다르므로 단순히 형량만 비교하여 법정구속이 자의적이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선고형의 높낮이만으로 법정구속 여부를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도망할 염려
법원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범죄의 경중 등 범죄사실에 관한 사정, 직업 등 피의자의 개인적 사정, 가족관계, 사회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망할 염려를 판단한다(예규 제49조).
피고인의 경우 실형이 선고되면 도망할 동기가 커질 수 있지만, 실형 선고 자체가 형사소송법상 독립된 구속사유는 아니다. 어느 정도의 선고형에서 도망할 염려가 커지는지,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재판에 출석해 온 사실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결국 도망할 염려가 있는지는 개별 사건의 사정을 종합하여 법관이 판단한다.
증거인멸의 염려
증거인멸의 염려는 법정구속에서 더욱 논란이 될 수 있다. 1심 선고 단계에서는 이미 증거조사가 끝나고 법원이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유·무죄 판단까지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판단함에 있어, 증거가 존재하는지, 그 증거가 범죄사실의 입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증거 인멸이 물리적·사회적으로 가능한지, 증인에 대한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예규 제48조)
1심 판결 이후에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거나 증인이 다시 신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치고 유죄판결까지 선고한 단계에서는 피고인이 이후 어떤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그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26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증거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법정구속하였다. 재판부는 유죄판결에서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가 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한덕수 사건에서는 적어도 증거의 은닉·폐기와 관련된 과거의 구체적인 행위가 판결에서 인정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과거의 행위만으로 1심 판결 이후에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2026년 6월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증거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법정구속되었다. 박 전 장관은 수사 단계에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공개된 법정구속 사유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것이나, 공개된 판결과 보도만으로는 1심 판결 이후 어떤 증거를 어떻게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법정구속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판단기준
대법원 예규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심사할 때에는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제48조 및 제49조). 반면 불구속 피고인의 법정구속을 규정한 조항은 실형을 선고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법정구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제57조 제2항), 법정구속에 특화된 별도의 세부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 법정구속에는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라는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만, 개별 사건에서 어느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도망할 염려’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인정되는지를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기준은 없다. 구체적인 구속 여부는 개별 사건의 사정을 종합한 법관의 판단에 상당 부분 맡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