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은 모호하다.

분석 완료

사건 개요

2026년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의 유형으로 혐오표현을 추가하였다.

개정법에 따르면,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또는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의 유통이 금지된다.(제44조의7제1항제2호의2).

개정법 시행을 전후로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 관련 오해 바로잡기」 등을 통해 해당 주장에 대응하면서,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팩트체크했다.

 


주장 분석

규제되는 표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한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어떤 표현이 금지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표현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규제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결국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와 연결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팩트체크한 것도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렇지만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이 실제로 명확한지도 의문이지만,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검증의 대상인지도 의문이다.

이번 검증에서는 다음 네 가지 질문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1. 혐오표현은 무엇인가?

2.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은 있는가?

3.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은 명확한가?

4.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무엇을 팩트체크했는가?


사실 검증

사실 검증 1

혐오표현은 무엇인가?

혐오표현은 일상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국제적으로 합의된 단일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혐오표현의 개념과 규제 범위 역시 각국의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이희옥, 64쪽).

「혐오표현에 관한 국제연합의 전략과 행동계획」은 혐오표현을  “종교, 종족, 국적, 인종, 피부색, 혈통, 성 또는 기타 정체성 요소를 근거로 하여 이들을 공격하거나 경멸적이거나 차별적인 언어를 이용하는 말, 문서 또는 행동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소통”으로 이해한다(김종서·이은희, 208쪽).

국제인권규범상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금지는 차별·적의·폭력의 선동에 이르는 표현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20조 제2항은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에 해당되는 민족, 인종 또는 종교에 대한 증오의 고취는 법률로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혐오표현 일반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률은 없고, 개별 법률에서 일정한 유형의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혐오표현의 개념과 규제방안에 관한 논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혐오표현(Hate Speech) 리포트」는 해외 입법례를 참조하여,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①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②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정의하였다.

 

정보통신망법 개정

2026년 7월 시행된 정보통신망법은 혐오표현에 해당하는 새로운 유형의 불법정보를 신설하였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의2는 다음과 같다.

  • 공공연하게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해당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에 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 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 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

결론 (근거 수준: 강)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의2는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이 금지되는 혐오표현에 해당하는 정보의 범위와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관련 자료
  • 이희옥, “허위조작정보 규제에 관한 헌법적 연구 – 개정 정보통신망법(2026.1.6.개정, 법률 제21305호)을 중심으로 -“, 헌법학연구 제32권 제2호 (2026).
  • 김종서·이은희, “혐오표현에 관한 국제연합의 대응들”, 민주법학 제75호 (2021).
  •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Hate Speech) 리포트, 2019.10.

사실 검증 2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은 있는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의2를 구성요건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은 판단요소가 존재한다.

첫째, 표현의 공개성: 정보가 ‘공공연하게’ 유통됐는가.

둘째, 차별 사유: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수준·재산상태 등을 이유로 한 것인가.

셋째, 표현의 대상: 특정 개인 또는 집단, 그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가.

넷째, 폭력·차별 선동: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가.

다섯째, 증오와 존엄성 침해: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가.

이처럼 정보통신망법에는 혐오표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구성요건이 존재한다.

 

실제 심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같은 조 제3항은 혐오표현에 해당하는 불법정보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처리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 전에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라 차별·편견을 조장하는 정보를 심의해왔으며, 관련 심의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제3호 바목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심의규정과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규제요건에는 차이가 있다. 현행 심의규정은 차별·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을 비교적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또는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로 규제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다.

기존 심의규정상 규제 대상이 되는 표현이 모두 개정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 설명자료」는 개별 게시물이 혐오표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표현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성 경위와 맥락, 사회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한다.

결론 (근거 수준: 강)
정보통신망법은 혐오표현에 해당하는 불법정보의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방미통위의 설명자료도 실제 판단에서 내용·경위·맥락·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혐오표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법률상 판단요소와 실무상 고려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검증 3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은 명확한가?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이 명확한지는 표현의 자유와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혐오표현이라는 판단이 실제로 표현의 삭제·차단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신고된 정보가 자율운영정책에 따른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삭제·차단, 노출 제한, 계정 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역시 혐오표현 여부를 심의하고 삭제·차단 등의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판단기준이 불명확하면 어떤 표현이 규제 대상인지 예측하기 어렵고, 허용되는 표현까지 스스로 자제하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은 모호한가?

정보통신망법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 등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법률이 규제 대상과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실제 판단에서도 표현의 내용·작성 경위·맥락·사회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률상 판단요소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기준이 충분히 명확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기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혐오표현 심의에 대해서도 판단의 일관성과 규제범위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혐오표현 관련 통신심의 사례 3,332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심의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범위의 표현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하였다(김민정 등).

개정 정보통신망법에서도 실제 게시물에 법률상 요건을 적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증오심 조장이 ‘심각한’ 것인지, 어느 정도의 존엄성 훼손이 ‘현저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2026년 7월 인권·시민단체들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자의적 해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표현의 대상과 내용,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맥락, 표현자의 의도와 영향, 실제 차별이나 폭력의 위험, 공익적 표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심의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명확하다’와 ‘모호하다’는 사실인가, 평가인가?

법률에 판단요소가 존재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지, 충분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는지, 자의적 해석을 방지할 수 있는지는 법률의 문언과 실제 적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은 모호하지 않다”는 것도 판단기준의 구체성과 예측가능성에 대한 평가이고,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은 모호하다”는 것도 같은 대상에 대한 반대의 평가이다.

대법원도 사실과 의견을 구별할 때 증명가능성뿐 아니라 표현의 문맥과 전체적인 취지, 표현의 경위와 사회적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으로 파악하고 있다(대법원 2020. 7. 16. 선고 2019도13328 전원합의체 판결).

결론 (근거 수준: 중)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이 존재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판단기준이 ‘명확하다’ 또는 ‘모호하다’는 것은 기준의 구체성·예측가능성·해석 가능성 등에 대한 평가이다.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은 모호하다”는 주장은 사실검증의 대상이 되는 사실명제라기보다 의견·평가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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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검증 4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무엇을 팩트체크했는가?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방미통위가 무엇을 검증 대상으로 삼았고 어떤 판정을 내렸는가라는 사실이다.

방미통위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과 관련하여 일련의 「정보통신망법 관련 오해 바로잡기」 자료를 공식적으로 게시했고, 이후 가이드라인과 Q&A도 별도로 배포했다. 그 과정에서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제시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표현은 판단기준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존재하는 기준의 명확성에 대한 평가다.

두 명제는 구별된다. “판단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 판단기준이 명확하다” 또는 “모호하다”는 것은 그 기준의 구체성·예측가능성·해석 가능성에 대한 평가다.

방미통위는 법률에 혐오표현을 판단하기 위한 구성요건이 존재하고 실제 판단에서 고려할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판단기준이 충분히 명확하다는 평가를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와 반대되는 평가가 곧 사실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 (근거 수준: 강)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혐오표현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적 의견을 사실검증의 대상으로 삼아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검증 결과

혐오표현의 판단요소는 법률에 제시되어 있지만, 그 의미와 적용 범위는 해석과 사례별 판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혐오표현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의견 비교

의견 1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심의기준이 필요하다.

인권·시민단체들은 혐오표현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보통신망법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 등의 문구만으로는 실제 심의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표현의 대상·내용·맥락·의도·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구체적 심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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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2

법원 판례에서도 혐오표현 규제의 명확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정병욱 대한변호사협회 제1인권이사는 혐오표현과 관련된 여러 법원 판결을 제시하며, 법원이 혐오표현을 판단할 때 표현의 내용과 맥락, 피해자의 지위, 공적 관심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특히 법원은 ‘혐오표현’이라는 이유만으로 표현을 포괄적으로 제한할 수 없으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서울행정법원은 ‘모욕·폭언·혐오 표현 등’이라는 제한 문구가 모호하고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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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3

국가인권기구의 기능에 맞는 별도의 혐오표현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국가인권기구의 판단은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구별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가인권기구는 표현자의 주관적 의도만을 중심으로 보기보다 합리적인 제3자의 관점에서 표현의 맥락과 효과를 살피고, 혐오표현이 차별과 배제를 초래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위와 같은 기관의 기능과 조치의 성격에 맞는 독자적이고 구체적인 혐오표현 판단기준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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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및 정정

2026-08-06

최초 발행 · 작성 문재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