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유공자의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사생활 보호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는 개인에 관한 사항 가운데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에 관한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비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2년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뿐 아니라,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공개로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 등이 알려지고 그 결과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정보도 비공개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1두2361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특정인이 5·18 민주유공자라는 사실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과 그것이 공개할 수 없는 사생활 정보에 해당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유공자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치료·장애 내용이나 보상 내역 등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가가 법률에 따라 특정인을 5·18 민주유공자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나 그 인정의 근거가 된 공적까지 동일한 정도의 사생활 정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사생활 정보라도 공익을 위해 공개할 수 있다
정보공개법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비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제9조 제1항 제6호 단서는 ‘공개하는 것이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
대법원도 이에 해당하는지는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의 공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
공개할 수 없는 정보만 제외하는 ‘부분공개’도 가능하다
사생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관련 기록 전체를 비공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보공개법 제14조는 공개청구한 정보에 비공개 대상정보와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함께 있고 두 부분을 분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부분공개의 원칙이다.
따라서 5·18 민주유공자 관련 기록에 주민등록번호, 주소, 구체적인 치료·장애 내용 등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부분을 가리고 나머지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공개하기 어려운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록 전체가 당연히 비공개되는 것은 아니며, 공개 가능한 부분을 분리할 수 있는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 독일도 공개 가능한 정보는 분리해 공개한다
외국의 정보공개법도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록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 않는다.
미국 정보자유법(FOIA)은 기록의 일부에 사생활 보호 등 비공개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면 비공개 부분만 삭제하고 나머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분리가능성(segregability) 원칙을 두고 있다.
부분 공개를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삭제된 정보의 분량과 적용한 비공개 예외조항을 공개된 기록에 표시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삭제가 이루어진 위치에도 이를 표시해야 한다.
따라서 개인정보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록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 사유가 인정되는 정보만 가린 뒤 나머지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독일 「정보자유법」(IFG)도 유사하다. 제5조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만으로 정보접근을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신청인의 정보공개 이익과 제3자의 개인정보 보호이익을 비교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제7조 제2항은 청구한 정보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정보접근권이 인정되더라도 비밀보호가 필요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나머지를 공개할 수 있다면 부분접근(Teilzugang)을 허용하도록 한다.
결국 한국 정보공개법의 부분공개, 미국 FOIA의 segregability, 독일 IFG의 Teilzugang은 구체적인 요건에는 차이가 있지만, 보호가 필요한 정보와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구별하여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한다는 공통된 원칙을 보여준다.
5·18 민주유공자 정보도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를 5·18 민주유공자 정보에 적용하면 ‘개인정보인가’, ‘사생활 정보인가’, ‘공개할 수 있는가’는 각각 구별해서 판단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주소·치료 및 장애 내용 등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정보이므로 비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성명, 유공자 인정 여부, 국가가 인정한 공적사유까지 동일한 이유로 일률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는지는 공개의 공익과 사생활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5·18 민주유공자는 국가가 법률에 따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예우하는 지위다. 따라서 관련 정보의 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뿐 아니라 유공자 선정의 투명성, 국가예우의 적정성, 국민의 알 권리와 정부 활동에 대한 감시라는 공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